개발자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이미지

내가 문과 출신이라 그런진 몰라도, 개발자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냐는 질문에 내가 가장 먼저 대답하는 것은 "엔지니어" 라는 대답이다. 쉽게 말하면 건축공학도나 기계공학도에서 풍기는 느낌 그대로 개발자도 그런 이미지여야 할 것 같다. (내 개인적인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요새 코딩 열풍이 불어닥치다보니, (물론 지금은 코딩 이슈가 많이 가라 앉긴 했다), 초보 개발 지망생들을 위한 수많은 책과 강의, 유튜브 콘텐츠들이 넘쳐난다.

그런 이유에선지 몰라도, 코드를 짜는 개발자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개인적이고, 젊어 지고, 소프트해진 느낌이다.

이건 아무래도 IT 회사 특유의 자유로운 문화 이미지 때문인가 싶다.

그래서 개발자 이미지를 검색해보면 정장이 아닌 일상복을 입고 깔끔한 공간에서 2~3대의 컴퓨터 앞에 서서 열심히 코딩하는 그런 모습이 검색된다. 혹은 개발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무언가 회의하는 모습도 많이 검색된다.

여하튼 분위기가 자유롭다. 적어도 다른 직종을 생각하면 분위기가 훨씬 더 부드러워 보인다. 특히 개발자 문화라는 단어를 통해 개인의 성장이나 상호 존중 및 관계에 대한 이야기 많이 언급된다. 내면적이면서도 관계지향적인 느낌이다. 회사를 통해 성장한다거나 창업을 해서 세상을 혁신한다거나 부드럽고 올바른 모범생 이미지이면서 내면적이다. 

이런 이미지는 애자일 정신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다. 동기부여가 충분히 된 개인들이 모여 작은 팀을 만들어 빠르게 프로젝트를 개발해나가는 방식. 개개인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개발자 문화는 외향성을 추구하면서도 내면을 가꿔야 하는 내향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있어 개발자란 여전히 엔지니어스러운 느낌이다.

 

나에겐 조금 더 개발자스러운 이미지는 위 사진에 가깝다.

다루는 것 자체는 소프트웨어(soft)지만, 그 과정은 뭐랄까, 공학을 배워 어렵고 복잡한 기계 장비를 설계하고 직접 만드는 그런 이미지에 가깝다.

 

 

그렇다고 컴퓨터 장비를 다루는 하드웨어 관련 직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에겐 소프트웨어 개발자도 다르지 않은 인상이었다. 개발하는 과정에 있어서 풍기는 분위기가 뭔가 나에게는 조금 더 공학도, 즉 엔지니어 같다는 것이다.

개성 넘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가득한 젊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컴퓨터를 앞에 두고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성장하는 그런 모습보다는, 뭔가 인상 푹 쓰고 치밀하게 숫자를 보며 토론하고 치밀하게 비용을 계산하는? 그런 이미지다. (나쁜 의미가 아니다)

아마 어린 시절 문과생의 관점에서 전자공학, 전산학, 기계 공학, 건축학도에게서 받은 이미지가 무의식에 박힌 탓이 아닌가 싶다. 이상하게 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서도 그런 이미지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코딩이 재밌다거나, 세상을 혁신할 것이라거나, 개인적인 성장을 바란다는 등, 이런 태도를 갖추는게 1순위이겠지만, 나에겐 주어진 요구사항에 대해 공학적 관점에서 척척 답을 이끌고 숫자로 척척 보고를 하는 그런 엔지니어같은 느낌이 끌린다.

여하튼, 이런 이미지 때문인지 공부에도 뭔가 영향을 주고 있는 느낌이다. 가끔 공부를 하다가 조금 기계적이거나 이론적인 부분이 나오면 그때 되어서야 비로소 개발자 공부를 하는 기분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성격과 팀워크를 개발자 문화를 보면 뭔가 묘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나는 철두철미한, 숫자로 비용을 계산하고, 복잡도를 수학적으로 증명하고, 수식을 적고, 설계 도면을 그리면서 토론하고, 제품에 대해 분석하고, ... 그런 기계적이고 차갑고 전산적인 느낌이 좋다.

(개발자에 대한 직업 윤리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는 말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향한 감수성(?)이 내가 가진 개발자에 대한 이미지에 비해 너무 맑고 화사하고 서사적인 느낌이 든다는 뜻이다.)

여하튼 품질에 대해 고민하고, 제품 설계에 대해 토론하는 등 나에게 그런 전문 엔지니어 같은 숙련도가 생겼으면 좋겠다.

 

 

나는 소프트웨어 또한 위 그림과 같이 매우 복잡한 공학의 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 더 소프트웨어 자체의 본질에 대해 알고 싶어하나보다.